경영 희비 엇갈린 금호 형제...박찬구 '웃고' 박삼구 '울고'

2018-08-07 09:30

add remove print link

'금호석화' 1천억대 영업익 달성 vs '아시아나항공' 매각설까지 '경영 위기'

형제 지간이지만 극과극의 경영행보를 걷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
형제 지간이지만 극과극의 경영행보를 걷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

금호가 두 형제의 경영 성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배 이상 늘어나는 기록적 경영성과를 거둔 반면, 친형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내식 갑질 대란·딸 낙하산인사 비난·잇단 기체 결함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주력 산업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분기 연속 영업익 1천억 돌파... ‘수익구조 다변화’ 박찬구식 ‘묘수’ 적중

7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의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어난 1535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6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선 지난 1분기 (1658억원)에 이어 또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쓰는데 성공했다.

금호석화의 이 같은 유례없는 실적은 박찬구 회장의 제품 다변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앞서 박 회장은 ‘형제의 난’이 일단락된 2011년 이후부터 침체와 호황을 반복하는 합성고무 업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제품 다변화 전략을 외친 것이 현재의 결과를 낳게한 '신의 한수' 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호석화의 매출 40%를 차지하는 합성고무 부문은 타이어 소재로 사용되는 SBR과 의료용 장갑소재 등에 사용되는 라텍스로 구성되는 데 2014년까지만 해도 생산 비중이 SBR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극심한 불황 탓에 2014년 영업이익률이 -0.3%까지 밀리자 박 회장은 핵심 제품인 SBR 비중을 줄이고 라텍스 비중을 늘리는 ‘묘수’를 결정했다. 2016년 SBR 생산 비중을 2015년 48만톤에서 2016년 36만톤으로 줄이고, 라텍스 비중을 같은 기간 20만톤에서 40만톤으로 끌어올린 것. 박 회장의 묘수는 적중했다.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서 금호석화의 영업이익률은 2017년과 2018년 1분기에 각각 2.7%와 7.6%까지 상승했다. 수익구조 다변화로 사업의 내실이 다져지면서 금호석화의 주가도 상승세다. 최근 들어 다소 부침을 겪고 있지만 지난 3년 간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2016년 4000원대까지 떨어지던 주가는 올해 1만원대를 넘기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3년간 주가 추이 / 다음
금호석유화학 3년간 주가 추이 / 다음

기업 신용도를 분석하는 크레딧 업계 또한 금호석화의 신용등급 상향을 예고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정기평가를 통해 ▲합성고무 부문의 제품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는 점 ▲전방산업 수요확대로 BPA 중심의 기초화합물 부문의 수익성 확대가 전망되는 점▲병합발전 부문을 통한 수익변동성 완화 수익창출력 제고와 투자규모 감소로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이유로 금호석화의 장기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대란에 대한 미흡한 대처가 경영위기까지 촉발...."진정성 없는 사과가 위기촉발"

상승세의 흐름을 탄 동생 박찬구 회장과 달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부진의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7월 초 발생한 기내식 대란은 박삼구 회장의 갑질 논란으로 이어졌고 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까지 자식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이쁘게 봐달라" 등의 상식밖 행동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

이 자리에서 경쟁사인 대한항공이 기내식을 제공했더라면 하는 막말까지 쏟아내면서 비난의 화살은 커져만 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체 결함 사태가 잇따라 터지며 ‘국적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브랜드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잇단 사건 사고는 박삼구 회장의 인성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직원들까지 들고 있어났다. 아시아나 항공 여승무원 교육생들이 박삼구 회장을 위해 노래와 율동을 연습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던졌다. 포옹을 하는 등 현실 세계에서 이런일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영상에 국민의 분노는 박삼구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회사직원들도 동참했다. 아시아나항공직원들은 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이어 열었다. 이들은 “박삼구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회장에게 사과하고 협조를 구하라”며 그의 진정성 어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실적 전망도 어두워졌다. 2015년 말부터 시작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작업으로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매출 규모를 달성할 때와는 다르게 업계의 평가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금융투자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아시아나항공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을 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순손실 규모도 59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러한 부진의 흐름이 기내식 대란에 따른 손실이 반영되는 하반기에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대란 관련 보상책으로 피해를 입은 국제선 항공편 총 100편, 승객 2만5000여명에 대해 운임의 10~20%를 보상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최근 한 달 가까이 발생한 잇단 기체 결함 사태에 따른 보상도 요구될 수 있어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3년 간 주가 추이 / 다음
아시아나항공 3년 간 주가 추이 / 다음
실적 악화로 올해 말 목표로 잡았던 경영정상화 계획이 불투명해지자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매각설, 구조조정 설 등이 난무하고 있다. 호재와 악재로 급등락을 반복하던 주가도 최근에는 주저앉는 모습이다. 크레딧 업계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 직전 단계인 BBB-(안정적)로 부여하고 있다.

home 이승연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