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맥주공방 '굿비어공방' 대표 인터뷰

2016-06-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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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굿비어공방' 내부 전경/ 이하 위키트리 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굿비어공방' 내부 전경/ 이하 위키트리

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주는 만족감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맥주는 마시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만드는 재미가 더 크다"고 말하는 이를 만났다. 바로 국내에서 처음 맥주 공방을 만든 김욱연 굿비어공방 대표다.

김욱연 대표가 수제 맥주를 처음 만든 건 15년 전이다. 처음에는 창고를 얻고 재료를 쌓아 혼자서 맥주를 만들었다. 오가며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어요"라고 물으면 "제가 작업 할 텐데 보러 오셔도 돼요"라고 말하며 맥주 만드는 과정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수요가 있다면 맥주 공방을 차려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맥주 공방을 시작하게 됐다. 서울 연신내에서 7년 반, 지난해 4월에는 이태원으로 옮겨 맥주 공방과 펍을 함께 운영 중이다.

김욱연 씨 본래 직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한글과컴퓨터에서 일하던 그는 '좋아하고, 재밌고, 돈도 되는 일'을 하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 맥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끈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수제 맥주 시장 자체가 워낙 작아 고생도 많았다.

굿비어공방 김욱연 대표

김 대표는 "15년 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다시 선택할 거 같다"며 수제 맥주 만드는 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맥주 만드는 취미 하나만으로도 인생이 즐거워질 수 있다"며 "우리가 지금까지는 술이라고 하면 마시는 재미밖에 몰랐는데 만드는 줄거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맥주 만들기가 힘들고 고달픈 작업이다. 하지만 내가 의도한 맛이 나오고 나만 마시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피드백을 받고 다음 양조를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 즐겁다"고 덧붙였다.

맥주 공방을 운영하며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원데이클래스 전문업체 MNMP와 함께 수제 맥주 수업을 운영 중이다. 수업마다 약 10명 정도 신규 회원이 모인다.

김 대표는 "3~4명은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 그 외 나머지는 맥주 만들기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찾는다"며 "수업마다 한 명씩은 주류 관련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라 이들에게 컨설팅 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굿비어공방' 내 맥주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작업 공간

공방 한 쪽 벽면에 설치된 맥주 공병들

김 대표가 만난 회원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누굴까. 맥주 블로거 '살찐돼지'로 유명한 김만제 씨다. 그는 맥주 분야에서 가장 많은 리뷰를 쓰고 맥주 관련 책도 낸 맥주 전문가다. 김욱연 대표 역시 그의 블로거를 보며 '이 친구가 누구지'라고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4년 전 김만제 씨가 김 대표 공방을 찾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새로운 회원 한 분이 왔는데 몇 마디를 나눠보는 순간 촉이 왔다"며 "'혹시 필명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니 '살찐돼지'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날 이후 김만제 씨는 김 대표에게 수제 맥주 만드는 법을 배웠고 독일로 유학도 다녀왔다. 인터뷰 당일에도 자신이 만든 맥주를 김 대표에게 맛보여주기 위해 들른 김만제 씨를 만날 수 있었다.

맥주 블로거 '살찐돼지' 김만제 씨

수제 맥주 달인인 김욱연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상업용 맥주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오비 프리미어'와 '맥스'를 꼽았다. 그는 "오비 프리미어는 쓴맛을 줄이고 청량감이 좋고 목넘김도 좋다"며 "맥스는 2013년도 세계맥주대회에서 금상을 받을 만큼 완성도 있는 맛"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왜 국내 맥주보다 해외 맥주를 더 맛있다고 느낄까. 공방을 들린 블로거 김만제 씨가 할 말이 많다는듯 답했다.

그는 "저같은 매니아들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페일 라거'가 우리나라 맥주 스타일이다. 같은 종류로 아사히, 밀러, 하이네켄, 기린, 삿뽀로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페일은 '창백한, 밝은'을 뜻하는 말로 밝은 보리로 만든 맥주다. 라거는 12도 전후에서 저장한 저온 맥주이며 상온에서 발효한 에일과 달리 알콜 도수가 낮고 청량감이 강하다.

김만제 씨는 페일 라거에 대해 "대중적이고 마시기 쉬운 편이다. 연예계에 비유하자면 아이돌 같은 맥주"라며 "맥주 장르가 100개 정도 있는데 한국사람들이 한국 맥주 맛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페일 라거'라는 장르가 가진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페일라거라는 장르를 따지고 봤을 때 우리나라 맥주는 꽤 괜찮은 편"이라며 "만약 내가 페일라거가 싫다면 에일이나 밀맥주, 흑맥주 등을 마실 수가 있는 건데 우리나라에는 선택할만한 다른 맥주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답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더 많은 수제 맥주를 맛보고 만들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맥주 소비의 다양화가 결국 맥주 시장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김욱연 대표는 국내에서 수제 맥주를 만드는 인구를 약 2만 명로 추산하고 있다. 그는 이들이 직접 맥주를 만들고 함께 나누며 판매할 수도 있는 펍 속의 펍 형태인 '마이크로펍'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김욱연 굿비어공방 대표와 블로거 김만제 씨의 도움을 받아 '페일 에일'을 만들어봤다. 페일 에일(Pale Ale)은 '창백한', '밝은'이라는 의미로 밝은 계열 보리로 만든 영국식 맥주다. 과일향이 나는 홉을 섞어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입에 감돌아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페일 에일 맥주를 만드는 과정이다.

유튜브, wikitree4you

1. 맥아 계량하기

맥주의 원재료인 맥아를 손질하는 과정이다. 맥주는 저마다 레시피가 있는데 '페일 에일'의 경우 3가지 맥아를 섞어 만든다. 필스너(Pilsner) 4.5kg, 카라필스(Carapils) 0.3kg, 카라헬(Carahel) 0.5kg을 넣는다.

2. 분쇄기로 맥아 손질

섞은 맥아를 분쇄기로 갈아준다. 맥아는 너무 잘지 않게 갈아야 다음 공정인 당화, 여과에서 충분한 맛을 뽑아낼 수 있다.

3. 당화

분쇄된 맥아를 뜨거운 물에 넣고 1시간 동안 우리는 작업이다. 물을 71~72도 정도로 끓인 후 맥아를 넣으면 약 67~69도 정도로 유지가 된다. 이 온도를 1시간 동안 유지하도록 은근한 불에 끓인다. 보리 전분을 당분으로 바꿔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4. 여과

껍질과 당화된 당분을 분리하는 과정이다. 맥즙을 냄비 하단 거름망 호스로 받아낸 뒤 다시 냄비에 붓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맥즙 색이 옅어진다.

5. 맥즙 끓이고 홉 넣기

맥즙에 홉을 넣고 끓인다. 홉은 덩굴성 다년초 식물을 갈아서 환 형태로 만든 것이다. 홉은 맥주의 향과 맛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페일 에일에 넣은 자몽 향 홉은 맥주에서 달콤한 과일 향이 나게 한다.

6. 식힌 후 효모 추가

홉과 함께 끓인 맥주는 냉각 도구를 이용해 차가운 상태로 식히고 효모를 추가한다. 효모는 보리 속 전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발효하기 쉬운 상태로 바꿔주는 촉매다.

7. 발효

1차 발효, 탄산 발효 기간을 각각 일주일씩 보내면 맛있는 맥주가 완성된다.

*영상 촬영=김보영 기자, 편집 = 김수진 기자, 김이랑 디자이너(@good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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