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손녀가 박진영에게 작심하고 쓴 글 (전문)

2019-05-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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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댓글 남긴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손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손녀, 박진영에게 사과 요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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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사나가 게재한 글이 논란의 중심이 된 가운데, 자신을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의 외손녀라고 밝힌 한 네티즌 글이 주목받고 있다.

1일 글쓴이 A 씨는 트와이스 소속사 대표이자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 씨 인스타그램에 "아주 절박한 분노를 담아 이 댓글을 달아본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박진영 씨 인스타그램
박진영 씨 인스타그램

이어 "살아생전 매스컴과 각종 행사에 연로하신 몸을 이끌고 나오셔서 강제징용 피해 사실을 꿋꿋이 알리시고, 일본에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시며 거동이 불편하신 몸으로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날조된 역사 아래 등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맨몸으로 배에 올라타 끔찍했던 자신의 과거가 묻힌 군함도에 다시 다녀오시기도 하셨던 저희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현재 사나가 올린 글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조차도 죄스러운 것이 제 심정"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일본의 만행은 그 어떤 사과와 보상도 없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일본 우익세력의 근간인 '연호'에 대한 사나 의 글은 전범국 국민으로서 일말의 죄의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참 보기 낯부끄러운 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일왕이 친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본이 이어오고 있는 군국주의적 역사를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멤버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이돌에게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가르칠 것. 역사 위에 자본을 두지 말 것. 사나가 한 경솔한 행동에 대해 핵심 프로듀서로서 책임지고 사죄할 것"을 박진영 씨에게 요구했다.

지난달 30일 사나는 트와이스 공식 인스타그램에 일본어로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헤이세이가 끝난다는 건 씁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하셨다"는 글을 일본어로 게재했다. 헤이세이는 1989년 즉위한 일본의 아키히토 일왕이 재임 동안 사용했던 연호다.

트와이스 인스타그램
트와이스 인스타그램

자신을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의 외손녀라고 밝힌 A 씨가 박진영 씨 인스타그램에 남긴 댓글 전문이다.

박진영씨. 저는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000씨의 외손녀 000라고 합니다.

이 댓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트와이스 멤버 사나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로 인해 박진영씨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아주 절박한 분노를 담아 이 댓글을 달아봅니다.

할아버지께서 별세하신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살아 생전 메스컴과 각종 행사에 연로하신 몸을 이끌고 나오셔서 강제징용 피해 사실을 꿋꿋히 알리시고 일본에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시며, 거동이 불편하신 몸으로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날조된 역사 아래 등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맨 몸으로 배에 올라타 끔찍했던 자신의 과거가 묻힌 군함도에 다시 다녀오시기도 하셨던 저희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현재 사나씨가 올린 글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 조차도 죄스러운 것이 제 심정입니다.

할아버지께 숙원처럼 남은 일본의 만행들은 그 어떤 사과와 보상도 없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절대 과거가 아닙니다. 이 모든 일은 박진영씨가 살고 있는 이 순간과 같이 흐르고 있는 ‘고통’의 역사라는 것을 박진영씨께서 과연 이해하실 수 있으실는지요.

저는 사나씨의 인스타그램 글을 보고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일본 우익세력의 근간인 -연호-에 대한 사나씨의 글은, 전범국 국민으로서 일말의 죄의식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참 보기 낯부끄러운 글이었습니다.

본인이 나고 자란 시대에 대한 경의, 세대가 교체되었다는 쓸쓸함은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가진 나라의 국민이 가져야 할 감정입니다.

전범국 국민이 자랑스럽다는 듯 가질 감정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본 군국주의 아래, 어린 10대였던 제 할아버지께서는 저와 박진영씨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치욕을 겪으셨습니다. 일본 군국주의 아래, 어떤 소녀들은 자신들이 그렸던 행복한 미래와 영원히 이별해야했습니다.

일본 군국주의 아래, 한국은 정체성을 잃고 이름을 잃고 가족을 잃고 한글을 잃고 땅을 잃고 곡식을 잃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군국주의란 그런 것입니다.

군국주의를 추앙하는 일본의 우익세력 때문에 미군정 아래 금지됐던 연호가 일본에서 다시 부활했습니다. 1979년, 일본이 패망한지 34년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난 일왕이 친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본이 이어오고 있는 군국주의적 역사를 한국에서 프로듀싱하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멤버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낍니다.

제가 강제 징용 피해자분들을 대표할 순 없다 생각합니다.

제가 감히 할아버지에 대한 말씀을 드린 것은 단지 후손이란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저 또한 한 인간으로서, 수 많은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자들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박진영씨께서 연습생들을 훈련시키며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인성이라 들었습니다.

바른 인성은 바른 도덕심과 바른 역사적 가치관을 가졌을 때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나씨를 프로듀싱한 제작자로서 박진영씨가 이번 일에 느끼는 바가 정말 단 하나도 없으신지 저는 묻고싶습니다.

몇 년 전 광복절 행사에서 저희 할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후손들이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 그저 잊지 않으려는 사람으로서, 박진영씨께 간곡히 바랍니다.

아이돌들에게 제대로된 역사 교육을 가르칠 것. 역사 위에 자본을 두지 말 것.

사나씨가 한 경솔한 행동에 핵심 프로듀서, 소속사 창립자로서 책임 지고 사죄할 것.

부디 박진영씨가 올바른 소신을 가진 사람이길 믿겠습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