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눈칫밥·찬밥만...'혼밥 거부' 아시나요?
2016-07-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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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계가 없습니다 / 연합뉴스 직장인 정 모(34)씨는 최근 집 근처 24시간
직장인 정 모(34)씨는 최근 집 근처 24시간 고깃집을 찾았다가 기분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삼겹살 1인분을 주문했는데, 식당 종업원은 "1인분은 숯을 피워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정 씨는 "혼자 왔다"고 수차례 설명했지만, 종업원은 "주문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정 씨는 먹지도 않을 1인분을 추가로 시켰다. 그는 "(혼자 온 것도 민망한데) '1인분은 안 된다'며 거절까지 당하니 더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자리가 있는데도 1인 손님을 받지 않거나, 받아도 "빨리 나가달라"고 채근하는 이른바 '혼밥(혼자 밥먹기) 거부' 현상은 주변에서 여전히 흔히 볼 수 있다. "단체 손님보다 이윤이 덜 남는다"는 까닭에서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511만 가구다. 같은 해 전체 가구 수(1876만 6000가구)대비 27.2%다. 4가구 중 1가구 이상이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이는 2013년(471만) 보다 40만, 2014년(493만) 보다 20만 가량 늘어난 수치다.
1인 생활 대중화로 '혼밥족'도 늘었다. 취업사이트 알바천국이 지난 3월 전국 성인 남녀 14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72%(1020명)가 "주로 혼자 밥을 먹는다"고 했다.
대학생 김 모(29)씨는 최근 대학가 인근 한 식당을 찾았다가 면박을 당했다. 밤 8시를 넘긴 시간이었지만, 식당에는 손님이 꽤 있었다. 된장찌개를 시킨 김 씨에게 업주는 "단체 손님이 있다"며 "빨리 먹고 나가줄 수 있느냐"고 재촉했다. 당시 혼자 온 손님은 김 씨가 유일했다.
김 씨는 "1인 손님이라 무시 당하는 기분이었다"며 "(그 뒤) 다시는 그 식당을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람이 붐비는 곳일수록 '혼밥 거부'는 더 심하다.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 인근 인기 음식점 3군데를 점심시간에 혼자 찾아봤다. 한 음식점 업주는 "이런 시간에는 1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 우리 입장에서는 손해"라며 주문을 거절했다.
또 다른 음식점 업주는 "혼자세요?"라고 묻고는 "점심 시간에는 사람이 많아 조금 기다리셔야 한다"며 대기석으로 안내했다. 식당 안에는 4인용 식탁 몇 개가 비어있었다.
식당 업주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한 대학가 앞에서 전집을 운영하는 A씨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식당에 혼자 오는 손님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언제 가나' 기다리게 된다"며 "한가할 때는 손님 한 명, 한 명이 중요하지만, 바쁠 때는 어쩔 수 없이 이기적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서울 직장가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B씨는 "점심·저녁은 (소위) 대목 시간이 아니냐. 1인 손님을 받으면, 다른 단체 손님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혼자 찾아 온 손님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혼밥' 하러 갔다가 '눈칫밥' 먹고 '찬밥' 신세 당하는 일이 잦다보니 최근에는 이런 어플도 나왔다. 지난 4월 출시한 '혼밥인의 만찬(☞바로가기)'이다.
원하는 시간, 인원, 장소를 적은 게시물을 만들면, 조건에 맞는 사람들이 댓글로 식사 일정을 조율한다. 식사뿐 아니라 영화·연극 관람, 봉사활동 등 다양한 모임을 주선할 수 있다.
어플을 제작한 벤처기업 리델 관계자는 "본격적인 1인 가구 시대가 도래하며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을 위한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어플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혼밥을 먹는 게 부끄럽거나, 어색하지 않은 캠페인도 앞으로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일 기준 가입자는 4800명 정도다.
루비마로 식문화 연구소 강정화 소장은 '혼밥 거부' 문화에 대해 "업주와 손님이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누가 좋고, 누가 나쁘다라고 따질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강 소장은 "1인 손님을 받기가 여의치 않다면, 업주는 (반드시) 손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손님 또한 업주의 입장을 이해하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